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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영어

해외 영어유치원에선 뭘 배우나? (writing 편)

저희 둘째는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주재원이 아니기에 주위 분들처럼 비용이 엄청난 국제학교 유치부에 입학은 어렵지만, 

아쉬움이 없습니다, 전혀. 

 

첫째가 이 유치원을 일년 반 동안 다니다 영국계 국제학교 year2 로 입학을 했는데, 

현재까지 월등한 실력을 유지해 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사실 자랑이지만.. 국제학교 3년, 4년차 아이들에 뒤지지 않고, 재미있게 잘 다니고 있는 것도 고마운데,

지난 학기 최우수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궁... 귀여워... 연필 손에 꼬옥 쥐고 힘주어 썼을 생각 하니 한 글자 한 글자 다 감동입니다...!!

사실 한국 영어 유치원에 비하면 참 놀고 놀고 놀고 또 놀고 놀고 놀고.. 안에서 놀고, 밖에서 놀고

공원에서 놀고, 놀이터에서 놀고.. 또 놀고 놀고 놀고.. 끝나고 유치원 앞에서 또 노는....

 

참 놀기만 하는 유치원입니다..... 

여기 아이들도 영어권 아이들이 아니기에 환경은 한국 영어유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아이들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놀기만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아이들 몸속으로 머릿속으로

영어가 어느 순간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사실 영어 유치원에 다닌 기간은 일년 반 정도 되는데

영어가 이렇게 느나? 싶을 만큼 초기 3~6개월 사이에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자기가 듣고, 할 줄 아는 이야기가 많다보니 책을 읽고 싶어했고, 읽어보면 다 이해되는 내용이니,

순차적으로 리딩 실력도 부쩍 늘었습니다.

(라이팅은 아직 사진 정도 이구요^^ 너~~~~~~~~~~~무 귀여워요..ㅠㅠ) 

 

한국 나이로 6세면 영어 유치원 2~3년차 아이들은 훨씬 더 잘 하겠지요.

(3개국 영어 유치원 경력이 있는 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부모님들이 보시면 알파벳만 쓰고 있는 이 유치원의 시스템이

얼마나 우습고 답답하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큰 아이를 이 유치원에 보내면서도,

영어교육을 꾸준히 곁에 두고 공부하고 가르쳐온 사람으로서, 

단 한 순간도 불안했던 적이 없습니다. 

 

"천천히" "재미있게" "꼼꼼히"가 맞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처음에 무지개로 알파벳을 따라 쓰라는 숙제를 들고 와서 얼마나 당황했던지요.. 저렇게 여러 색으로 반복해서 쓰란 얘기였습니다...^^;;;

무지개 글씨.. 

처음 큰 아이가 저 유치원에 갔던 첫 날 받아 온 숙제. 

한국에서는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기관 한 번 다녀 본 적 없는 아이가

숙제란 것을 처음 받아 와 얼마나 신나하던지요..

 

그런데.

레인보우로 글씨를 따라쓰라니.. 

어머? 뭐 말이지? 레인보우 펜이 있나? 다른 뜻이 있나? 하고 rainbow를 사전에 다시 찾아보기도 하고..ㅎㅎㅎ

 

저렇게 여러 색으로 반복해서 따라 쓰라는 얘기였어요. 

둘째는 숙제를 받아왔는지 말았는지.. 했는지.. 챙겨 갔는지.. 참.. 맘이 어찌나 편안한지..

숙제라고는 일주일에 1~2번 저 종이 한장이에요..^^

 

매 주 한 번 씩 하는 writing 시간입니다.

매 주 한 번 씩 있는 writing 시간! 

고작  10분 뿐인데도 얼마나 즐거워 하는 시간인지요. 

어쩌면 고작 10분 뿐이라 즐거워 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저렇게 꾸욱꾸욱 눌러쓰면서 진지해 질 아이의 표정이 상상되어 

자꾸 웃음이 납니다. 

 

알파벳도 아직 헷갈려 하는 아이가 쓴 writing~ 너무 감동이지 않나요?

 

사실 이 유치원에 제일 감사드리고 만족한 부분은

spelling이 틀려도 grammar가 틀려도 절대 고쳐주시지 않는 다는 거에요. 

 

옆에서 sound로 발음을 알려주시지만, 틀려도 잘못써도 써 내려 가는 것에 칭찬 가득 해주십니다. 

플래쉬 카드로 일주일에 한 번 단어를 선생님께 함께 읽는 시간이 있지만(1:1로 5분 정도)

단어 쓰기 시험 같은 것은 이 나이에 절대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 온 첫째. 

누가 빨간펜으로 고쳐 준 적 없기에, Writing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걱정도 없습니다. 

지금도 매일 저녁 공책 2페이지 가득히 일기를 써내려 가고, 

빈 종이가 있으면 자기만의 이야기라며 "거침없이" 써내려갑니다. 

참 신기하게 매 번 틀리던 문법, 스펠링도 차차 스스로 깨우쳐 가더니 이젠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 책이 완성됩니다.

 

참, 아날로그식 수업이지요?^^

그나마 이 아날로그 적인 종이 한 장 수업도 매일 하지 않아요. 

주 2~3회, 하루에 10분 정도면 끝이구요^^ 

나머지 시간이요? 놀아요! 비만 안 오면 하루에 2번씩 나가서 놀아요.

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인데, 

그 중에 2번은 외출시간이에요^^ 후다닥 저 종이 파닉스 수업 끝나는 친구는 또 놀아요.

레고, 모래놀이, 인형놀이, 책읽기, 자동차 놀이, 지점도 등등 또 놀아요^^

 

이렇게 매일 노니 나중에 writing 실력이 늘어갈 때 얼마나 할 얘기들이 많겠어요.

본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고, 친구들과 숨넘어가게 웃었던 시간도 많으니까요.

 

알파벳 써 보는 시간

아직 손에 힘도 없는 아이가 저 작은 상자 안에 알파벳을 빼곡히 써 넣느라 

얼마나 수고 했을지 느껴져 칭찬 가득 해 주었습니다. 

글자 하나 하나에 아이의 노력이 느껴져 참 고마워요.

 

틈틈히 가위질도 연습합니다. 참 가위질 좋아할 나이이지요?^^

따라 쓰면 되는 건데, 아이들에겐 그 것조차 아직 버거울 때가 많지요.

칸 안에 맞춰 쓰는게 아이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에요ㅠ

 

같은 사운드로 소리나는 단어들 그린 것 좀 보세요^^

역시나 단어 스펠링이 틀려도 절대 고쳐주시지 않아요. 

단어 쓸 때 쓰~쓰~ 트~트~소리내며 써내려 가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apple 꼭지랑 잎 그린 것 조차 저에겐 너무 감동입니다.ㅠ

 

색칠하고 오리고 붙이고 따라 쓰고... 참 바쁘겠지요?^^

 

너무 느린 진도가 참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을거에요. 

 

2년 전, 큰 아이가 6세일 때,

알파벳도 완벽히 못 쓰던 채로 유치원에 들어갔습니다. 

처음 이 유치원 시스템을 보고 저는 이게 뭐야? 하기는 커녕 "이거다... 이 시스템 무조건 된다!" 였습니다.

 

한국의 빡빡하게 짜여진 영어 유치원에서 수업해 온 저로서는

오히려 역으로 천천히, 쉽게 가는 교육에 대한 신뢰가 가득했었거든요.

 

하지만, 한국 영어유치원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학습식이 맞는 아이들도 분명 있고,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영어를 즐기는 아이도 있으니까요.

다만, 간혹 학습적으로만 너무 몰아치는 분위기의 아이들 중에 일찌감치 지치는 아이들도 많이 봐와서

저는 "천천히" 길을 택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코로나로 5개월 째 집에서 방치되어지고 있지만, 영어를 좋아하는 둘째 아이는

자꾸만 누나에게 영어로 말을 겁니다. 이제 9월이면 다시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보내도 걱정, 안 보내도 걱정....  

유치원에 가는 꿈을 매일 꾼다는 이 가여운 아이들.....ㅠㅠ

하루 빨리 온 세상의 코로나 바이러스들이 태풍과 함께 사라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