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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120일

제주살이 120일 with two kids -1

 

아이들에게 제주도는 아직도 "꿈의 섬"입니다.

피터팬에게는 영원히 동심의 세상을 누릴 수 있는 네버랜드가 있듯이 

우리 두 아이에게 제주도는 이름만 들어도 "아~ 가고 싶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행복한 "꿈의 섬"이에요.

 

도시에 사는 이 두 아이를 자연에 가까이 두고 자라게 하고픈 마음에

산 밑자락 아파트에 살면서도 늘 자연이 아쉬웠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초록색이 아니라, 색연필로 칠하는 파란색이 아니라, 

자연의 푸르름들을 직접 눈으로 늘 느끼며 자라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제주살이는 계획과는 달리 한 달이 120일이 되었고, 

떠나는 그 순간까지 아쉬움이 가득했을 뿐 후회되는 기억은 없습니다, 전혀.

 

제주도 한 달 살이가 이제 많이 주춤해진 듯 하지만,

혹시나 아이와 같이 제주살이를 꿈꾸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기억할때마다 설레고 행복한 그 날들..

몇 가지만 꼭 염두에 둔다면 말이에요! 

 

첫째, 한 달을 위한 목표가 있으면 좋아요.

 

한 달의 계획이 100일이 넘어갔던 것은 정말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제 목표는 "건강"과 "매일 바다 보기" 딱 두 가지였어요. 

그 두 가지 목표를 위해, 매일 아이 손을 잡고 아침 산책을 나섰고, 많이 걸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숙소에서 15분가량 차 타고 나가야 하는 바다에 

매일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물놀이, 모래놀이를 했어요. (아니,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소나기, 강풍, 아이들 컨디션에 따라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날들도 많았고, 

일주일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아. 나 제주도 왔다!라고 느끼고 맛집 두어 군데 다녀오면 순간 휘리릭.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하려면 마음만 바쁠 뿐, 정작 제주도의 고요함은 느끼지도 못할 수 있답니다. 

"매일 산책", "매일 바다" 등 목표 하나만 정한 걸로 충분해요. 너무 촘촘한 계획은 오히려 버거울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와 함께라면 엄마가 욕심을 (어느정도) 버려야 한다. 

 

한 달쯤 되어가니 제 마음도 제주도의 느릿함에 익숙해져 스르르 풀리는 듯했어요. 

처음에는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았고, 데려가고 싶은 곳도 많아 마음이 바빴습니다.

"어,, 저기 저기 말 지나간다~ 봐봐~." 

"바다에 물 좀 담가보자~ 응?"

"소라게, 소라게야~ 이 것 좀 만져볼래?"

"여기가 맛집이래, 조금만 더 줄 서보자, 미안~ 응?"

 

도시에서와 다를 게 없을 만큼 제 마음은 바빴습니다. 좀 많이 흥분되어 있었지요, 솔직히.

내 마음이 스르륵 놓아지고 조용함 속에 바닷소리를 듣게 되면서

아이들도 자연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걸 알아가게 됐습니다. 

 

아이들 시선에, 아이들 걸음에, 아이들 말소리에 아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바닷가에 앉아 5시간이 넘게 소라게 잡고 놓아주고, 잡고 놓아주고, 그것만 반복하는데도

아이들은 끊임없이 웃었고, 끊임없이 즐거워했습니다. 꼬맹이들의 참된 몰입이었지요. 

매일 걷는 아침 산책길 꽃들도 아이들 눈엔 매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제가 천천히 걷게 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 감동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온전히 자연을 느끼고 있는 그 감동.

 

셋째, 한 곳에만 머물러도 충분하다.

 

제주살이를 하기 전에도 제주도를 10번은 족히 갔을 만큼 사랑하는 섬입니다. 

바다 색이 여기저기 다 다르다는 것도 알고, 동서남북 맛집도 알고, 경관이 빼어난 관광지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 서두르다 보면 목표를 잃게 됩니다.

 

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제 목표는 "자연"이었기 때문에 주로 바다로 아이들을 데려갔습니다.

 

그냥 아이들 잘 노는 제일 가까운 바다. 그곳에 사람 많은 날은 그 옆에 바다. 

 

매일 같은 바다에 돗자리만 펴 놔도 아이들은 잘 노니까. 

 

또 새로운 놀거리를 만들어 내니까.

 

아이들도 충분히 제주를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주면 느낄 수 있습니다.

제주도 하면 아이들도 편안하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행복한 곳.

 

그런 곳을 마음에 담아주고 싶다면

다음 코스를 위해 재촉하기보단 그냥 한 곳에 머물러도 괜찮습니다.

 

넷째부터는 2편으로.. 

(아이들 재울 시간이라서요....ㅜ)